정규원 산림기술사/농학박사

전국의 산림기술자들은 일주일에 하루 이틀은 사업평가에 사업현장토론회, 자문회의, 심의위원 등에 참여한다. 그 중에서도 사업대상지 선정과 사업실행을 위한 사전 타당성조사 및 평가에 많은 기술자들이 참여한다. 기술자들은 사방사업지, 임도, 복원 등의 사업지로 직접 현장을 다니면서 대상지의 적합성, 위치선정, 공법결정, 사업의 용이성 등에 대한 기술을 조사하고 평가한다. 그것뿐 아니다. 그 지역에서 오랫동안 근무하였으니 촌 동네 구석구석 대상지를 찾아다니는 일도 하며 점심 먹을 맛집도 수배한다. 그러나 마치고 들어오는 길은 항상 허전하다. 허전하지 못해 공허하다. 타당성평가와 조사의 주체는 기술자단체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체는 행정기관이거나 협회, 타분야 평가 업체이기에 더욱 그렇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2017년 산림기술진흥법 제2조에 “산림기술의 타당성 검토에 관한 사항“을 산림기술의 범주에 넣었다. 그러나 법에 명시된 ”타당성 검토“에 대한 세부적인 운영범위와 방법의 연구도 법령 보완 작업도 없었다. 산림사업 중에서 임도설치, 사방사업, 휴양림지정, 숲길계획, 산지전용, 벌채, 산림복원사업 등에서 타당성조사와 평가를 하고 있다. 임도와 사방사업의 타당성평가는 규모가 타분야에 비해 소규모이고 복잡한 사업이 아니면서도 실시한다. 그러나 반드시 필요한 절차로 보인다. 환경단체, 지역주민 등의 의견을 반영하고 최적의 노선배치와 산림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이다. 사방사업 타당성평가 제도의 도입은 우면산 산사태 이후 토석류의 피해의 중요성이 인식되면서 사방댐의 위치선정, 생태적요소 등을 고려하기 위함이다. 휴양림과 숲길은 사업을 확정하기 위한 기본계획의 사전 계획단계의 절차로 타당성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산림분야의 “타당성검토” 용역시장 중 가장 규모가 큰 분야가 산지전용타당성조사 이다. 산지전용타당성조사는 사업대상지타당성과 사업계획타당성을 기준으로 입목축척조사, 보호식물 존치여부, 평균경사도, 산지경관, 재해 예방 등의 지표를 다루는 종합산림기술 분야이다. 벌채사업은 산림청의 2050 탄소흡수원 시책으로 30억 그루 나무심기 사업을 발표 한 후 2021년 홍천 지역의 대규모 벌채지에 환경단체의 문제 제기로 타당성평가 제도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산지전용지와 벌채지의 경우 산지 소유자가 중심이되어 개발하고 벌채한다. 결국 타당성평가를 산주가 전문업체에 맡겨서 실행해야 한다. 그리고 업체의 선정의 결정권도 가지고 있어야 하나 법에 명시한 업체에 한정하여 용역을 발주 할 수밖에 없다. 다양한 창의적 기술의 반영이 어려운 구조이다. 산림복원사업의 타당성 평가는 2019년 산림자원 법에서 산림복원의 개념을 법제화하고 사업의 시급성, 효과성, 기본계획과의 연계성, 대상지의 훼손 원인 등의 종합적 평가를 위한 제도로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산림사업의 “타당성검토“ 제도는 여러 곳에서 문제점들이 나오고 있다. 먼저 충분한 자격과 기술이 있어도 참여가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또한 누가 할 것인지 어떠한 자격자가 해야 하는지 불분명하다. 정확이 말하면 기술분야의 업체는 거의 하지 못한다. 또한 평가의 시점과 결과에 대한 책임의 소재 또한 불분명다. 타당성평가에 대한 자체적인 대가기준도 없고 엔지니어링대가 기준을 준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타당성검토” 분야의 발전을 위해서는 어떠한 문제점이 있는지 타분야의 사례를 분석하고 보완책이 무엇인지 반드시 알아 볼 필요가 있다.

건설분야의 타당성평가는 건설기술진흥법 기술의 범위에 타당성검토 제도를 두고 있다. 또한 체계적으로 타당성평가를 받아야 하는 공사도 명시 해두고 있다. 적용대상 공사는 도로공사, 철도공사, 하천공사, 댐공사, 수도공사, 거의 모든 토목공사, 건축공사, 산업설비공사, 조경공사 등이다. 건설분야 타당성평가의 주체는 국가, 지방정부 등에서 실시하고 전문용역업체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용역업체는 기술사를 비롯한 일정 기술자격기준을 정하고 업체를 등록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타당성평가는 사업 기본설계를 하기 전에 실시하도록 명시 하고있어 체계적이다. 우리 산림사업은 기본설계도 의무화 되어 있지 않고 기본계획용역도 거의 실시하지 않는 것과 다르다. 용역업체가 1)타당성평가 2)기본설계 3)실시설계로 체계가 명확하다.

엔지니어링분야의 타당성 평가업무는 엔지니어링진흥법에서 엔지니어링활동에 타당성조사를 포함하고 있다. 법 시행령에서는 타당성조사를 엔지니어링사업자가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산림분야와 달리 타당성평가 및 조사 업무가 엔지니어링 용역업의 업무범위에 있다는 것이다. 우리 산림기술법이 제정될 때 건설기술진흥법과 엔지니어링진흥법을 참고하여 만들어 졌다. 그러나 타당성평가 및 조사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을 명시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방재정법“의 타당성 조사와 ”기술진흥법“의 타당성조사와는 같은 개념으로 생각하는 기술자들이 많다. 사실 전혀 다른 개념이다. 지방재정법은 예산에 관련한 법령으로 타당성 조사의 목적과 내용이 상이하여 「기술진흥법」의 타당성 조사와 별도로 의뢰하고 진행해야 하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순서는 「지방재정법」에 따른 타당성 조사 수행 이후 투자심사를 거쳐 사업추진이 확정된 이후에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른 타당성 조사를 수행하여야 하나, 기타 사유로 인하여 「기술진흥법」에 따른 타당성 조사를 먼저 수행한 경우 해당 비용자료를 검토하여 「지방재정법」타당성 조사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산림사업에서의 타당성평가 및 조사는 각 개별법에서 각기 정하고 있고 실행방법도 다르다.
먼저 산지관리법제18조의 산지전용타당성조사는 아무런 예외 없이 산지전문기관에서만 수행하도록 명기하고 있다. 또한 산지관리법 시행령에서는 타당성조사의 절차 및 기준에서 타당성조사 기관을 산지보전협회 또는 한국치산기술협회에서 만 하도록 되어 있다. 타당성조사 제도 도입관련 연구 자료를 찾아보니 2011년 산림과학원에서 산지전용타당성조사제도 도입방안 연구가 제도 도입의 근거로 보인다. 그런데 연구보고서에는 타분야의 사례분석도 없었다. 타당성조사 업무가 기술산업에 막대한 영향이 있는 것을 감안하지 않았다. 산림기술업체가 먼저 산지전용업무에서 주인이 되지 못하고 일반 토목, 도시계획업체에서 수행할 수 있는 첫 단추를 제공한 것이다. 산지전용 업무의 시작, 중간, 마무리의 연결성이 없어진 것이다. 또한 타당성조사에 대한 개념의 정리도 명확하지 않았다. 또한 타당성조사 주체를 아무런 근거 없이 산지전용타당성조사 대상 및 방법으로 한국산지보전협회로 한다고 되어있다. 이해하기 어려운 연구 방법과 결과로 보인다.

산지관리법 제46조에는 한국산지보전협회의 설립목적을 명시하였다. 타당성조사와 평가에 대한 목적사업에 없다. 주로 정책과 제도, 교육, 홍보, 자문, 감시활동 등이다. 뭐가 잘못된 것 같다. 왜 타분야에서 용역업으로 기술자들이 해야 할 업무를 산지보전협회, 한국치산기술협회에서만 하도록 한 것인지 근거가 부족해 보이기 때문이다. 타당성조사는 입목축적, 임령 등에 대한 산림조사∙분석, 및 평균경사도 등 조사∙분석, 경관 및 재해방지 등을 조사 분석한다. 분명 기술용역의 업무이다. 지금이라도 산림기술법에 등록된 용역업체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 용역업체들이 장비, 기술이 부족하고 신뢰성이 없으면 지원하고 교육을 해서라도 참여를 보장해야 할 것이다.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는 임도와 산림복원 사업을 위한 타당성평가를 하도록 되어 있다. 세부적으로는 산림기반시설의 설치의 타당성평가로서 평가위원에 대한 자격만 명시하고 있다. 산림기술자들이 위촉받은 위원으로서 활동을 하고 있는 평가제도이다. 산림경영시대에 기반시설의 설치는 중요하고 사업량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이에 대비를 위해서라도 타당성평가를 전문용역업체에 위탁할 수 있는 근거의 마련이 필요한 실정이다.
산림복원사업의 타당성평가는 산림복원지원센터에서 하도록 되어 있으며, 한국수목원관리원과 한국산지보전협회가 지정토록 되어 있다. 두 개 협회를 그냥 지정하면 될 텐데 왜 산림복원지원센터라는 또 다른 기관을 명시 한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그런데 산림자원법 제42조 산림복원지원센터의 역할은 산림복원 정책개발과 지원, 훼손지조사, 복원기술의 표준화, 컨설팅과 모니터링 등이다. 사업의 타당성평가를 할 수 있는 근거는 명시하지 못했다. 산림복원사업에서도 기술용역업체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할 부분이다.

산림문화∙휴양에 관한 법률에는 자연휴양림의 지정과 숲길조성계획의 타당성평가를 하도록 정하고 있다. 자연휴양림의 지정 타당성평가는 산림조합, 한국산림복지진흥원, 한국산지보전협회, 산림사업법인중 휴양림시공 사업자가 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타당성평가는 엔지니어링 용역업체가 참여 하는 것이 타 분야 사례와 업무내용으로 보아 타당한데 참여 할 수 없다. 그러나 시공업체가 참여토록 되어있어 무명무실한 제도로 보인다. 그런데 실제 기술자 집단이 아닌 산림청 산하 특수법인들은 다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진작 기술자의 집단인 용역전문업체와 산림기술인회는 빠져 있다. 조속한 정비가 필요한 분야 이다.

숲길조성계획의 타당성평가 또한 트레킹지원센터, 산림조합, 산림사업시공법인, 종합업 또는 산림휴양 전문업 산림기술용역업자가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숲길의 경우 산림기술법의 용역업체의 참여 문호를 개방해둔 유일한 사업이다.

산림복지진흥에 관한 법률에는 산림복지단지조성계획의 타당성조사를 한국산림복지진흥원, 한국산지보전협회에서 하도록 되어 있다. 석재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서는 석재산업진흥지구의지정 타당성조사를 농림부장관의 권한으로 두고 있다.

사방사업법에는 사방사업의 타당성평가를 사방협회에 위탁가능 토록 되어 있다. 아직 법에는 한국치산기술협회가 아닌 사방협회로 되어 있다. 사방협회는 전국에 지회를 두고 지회 거주 산림기술자를 위원으로 위촉하여 타당성평가 업무를 시행하고 있다. 사방사업의 타당성평가는 내용이나 절차상 사방사업의 기본설계에 준하는 방식이다. 타당성평가 대가지급 기준도 엔지니어링 대가 기준을 따르고 있다. 용역비도 기본설계에 준하여 예산이 책정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결국 기본설계를 하는 용역비를 타당성평가에 사용하고 있어 직접적으로 기술용역업체의 권익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산림사업의 타당성평가와 조사는 타분야의 사례를 보면 잘못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기술자의 고유 업역으로 돌려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니 기존 협회에서 하는 것을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자 업체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기술산업과 업체의 경쟁력을 확보한다. 또한 산림기술법에 명시한 “산림기술타당성 검토”를 사업별로 세부적 기준을 만들고 통합하여 시행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사업을 시행하기 전 타당성평가는 용역업의 시작이다. 그래서 산림기술시장의 활성화와 부가적 2차 기술시장의 확대를 기대하고 타분야 기술업체와의 경쟁에서 대등한 지위를 유지 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