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 불피우기 관습이 없어져야 할 충분한 이유
산림녹지신문 sks6535@hanmail.net
2025년 04월 03일(목) 14:30
순천국유림 광리소장 신 하철
[산림녹지신문]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봄이 되면 본격적인 농사를 시작하기 전에 논밭두렁을 태우고, 성묘 시에는 묘소 앞에서 불을 피우는 등의 관습을 행해왔다.
논밭두렁 태우기는 농경사회에서 병해충 제거·토양의 비옥도 향상·영농부산물 소각의 목적에서 비롯되었으며, 성묘 시 불피우기는 조상에게 정성을 표시하는 의미로 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불피우기 관습은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 극심한 건조 현상, 봄철의 강풍 등과 맞물리면서, 재앙 수준의 대형 산불을 초래하고 있다.

최근 경남 산청, 경북 의성, 울산 울주 등 인명피해를 수반한 대형 산불의 경우 산림 인접지에서의 화기 사용이 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데, 이는 사람의 부주의에 의한 실화로,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산불 발생 건수의 절반 이상인 66.5%가 사람에 의한 실화 또는 소각행위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화’란, 실수로 불을 낸다는 의미인데, 실수라고 하기에는 그 결과가 너무나 무겁고, 참담하다.

산림 인접지에서의 논밭두렁 소각 및 묘지 주변 화기 사용으로 인한 산불이 최근 몇 년간의 일은 아니다.

산불 주관기관인 산림청과 소속기관,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봄·가을 산불조심 기간에 논밭두렁 소각 금지·산림 내 취사 행위 금지 등 안내 방송을 반복적으로 송출하고, 각 마을에 배치된 산불전문예방진화대·산불감시원은 마을 순찰을 통하여 지속적으로 계도 활동을 해오고 있다.

그 결과 산림 내에서 화기를 사용한 취사 행위는 많이 사라졌지만, 아직도 농경을 위한 소각행위와 성묘객의 화기 취급은 여전한 실정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전통적으로 화전 개간, 성묘 시 불 피우기, 전통 놀이인 달집태우기·쥐불놀이 등 불을 피우는 행위가 오랫동안 일종의 문화로 자리매김하여 그 위험성을 가볍게 여기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하지만, 기후위기 시대를 살고있는 지금, 논밭두렁을 태우고 시작하는 농업방식과 성묘문화는 변화가 필요하다.

사실 해충을 없애기 위한 논밭두렁 태우기는 유익충 마저 같이 없어져 긍정적인 효과는 미미하다고 알려져 있고, 영농부산물의 경우 마을의 이장을 통하여 파쇄 신청을 하면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산물을 모아서 일괄 파쇄해주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파쇄된 산물은 퇴비로 활용할 수 있어 농업환경 개선 및 자원순환 실천에도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성묘하면서 조상에게 정성을 표시하는 것은 불을 피우는 행위 외에 다른 안전한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조상이 평온하게 안치되어있는 곳 위로 화마가 지나가는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최근 몇 년간 국내·외에서 발생한 산불을 보면 갈수록 더욱 강력해지고, 그 피해 또한 광범위해지고 있다.

그간 국내에서는 양간지풍에 의한 동해안 산불 외에 내륙에서 발생하는 산불의 경우 피해가 대체적으로 산림에 한정되며, 어느정도 예측 가능하였으나, ’22년 울진 산불과 이번 산불에서처럼 이제는 내륙의 산불도 돌풍에 의한 비화로 산림을 벗어나 주택과 경작지 등 생활권, 도로 등 기반시설, 문화재에까지 불길이 미치고, 심지어 소중한 인명까지 앗아가는 등 그 피해 규모는 가늠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과거와 현재는 분명히 다르다. 예전에는 주변 환경이 지금처럼 건조하지 않았고, 기후도 극단적이지 않았다.

현재 우리는 기후 위기에 직면해 있고, 이를 실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관습에 따라 무감각하게 산림 인접지에서 불을 피우는 행위를 지속한다면 우리의 생명과 삶의 터전은 더욱 심각하게 위협받을 것이다.

이번과 같은 대형 산불 재난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안전한 농업방식과 성묘 문화로의 전환은 반드시 필요하다.

물론 괴력을 발휘하는 산불 재난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 등 관련기관의 구체적인 대응·개선책도 필수적일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산불의 시작을 막는 것만큼 확실한 예방은 없지 않을까.

〔최근 10년 산불 발생 원인〕
* 입산자실화 32.9%, 쓰레기소각 12.6%, 논밭두렁소각 11.9%, 담뱃불·성묘객 실화 9.1%, 건축물 화재 5.9%, 기타 27.6% <출처 : 산림청 산불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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